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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박스 #2] 유니버설 의류 브랜드 ‘베터베이직’ – 뇌병변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가 만든 옷

2019/04/19

많은 사람들이 매일 비슷한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뭐 입지?’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입히지?’라는, 많은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고민을 해온 사람이 있다. 바로 인더박스 두 번째 주인공이자 유니버설 디자인 의류 브랜드 ‘베터베이직’ 박주현 대표다.

뇌병변 장애아동 부모인 박주현 대표에게, 아이의 옷을 입히는 일은 늘 어려운 숙제였다. 애써 옷을 입은 아이를 보고 있으면 체형과 맞지 않는 디자인에 마음이 쓰였다. ‘우리 아이가 입을 예쁘고 편한 옷’을 위한 노력의 결실 ‘베터베이직’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이를 위해 의류를 만든 ‘베터베이직 박주현 대표’

우선 ‘베터베이직’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달라.
베터베이직은 장애인 전문 의류 제작 업체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들의 신체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의류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뇌병변 장애’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하다.
뇌성마비나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 뇌의 문제로 생긴 장애를 아울러 뇌병변장애라 부른다. 우리 아이는 출산 시 의료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앓게 됐는데 증상이 심해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 음식 섭취 역시 어려워 위에 관을 삽입해 음식을 주입하고 있다. 얼마전 아이 의료기록을 보게 됐는데 출산 직후 1년 반 동안 대부분 병원에서 지냈더라.

육아만으로 벅찼을텐데,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중증 장애아동은 가래 제거를 위한 석션을 수시로 해줘야 해서 부모가 수업시간 동안 아이를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 동안 태교 때 배운 퀼트를 시작했다. 그때 만든 가방을 바자회나 플리마켓에서 판매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그 계기로 동생과 같이 ‘비온뒤맑음’이라는 가방 브랜드를 런칭했었다.

 

 

 

기성복 리폼에서 전문적으로 뇌병변 장애인 전용 의류를 만들기까지…

의류 리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흔히 뇌성마비 장애인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마른 몸에 팔이 꺾인 모습 같은. 뇌병변 장애인은 나이를 먹을수록 체형이 변하고 신체 강직도 심해진다. 그 이유로 뇌병변 장애아동 부모 대다수가 아이 옷을 입힐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심한 경우엔 옷을 입히다 골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유아기에서 아동으로 넘어가면서부터 맞는 옷 찾기가 힘들어졌다. 어렸을 땐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니까 걱정이 덜 한데,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매일 옷을 입혀야 하니까, 입히기 쉬우면서, 아이에겐 편한 옷이 없을까 생각하다 기성복 리폼을 시작했다. 그렇게 주변 친구들 옷도 만들어주면서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에 마포에 있는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3년간 의류수선을 배웠다.

리폼 아이디어로 상을 받았다고 들었다.
의류수선을 배우게 된 취지를 알게 된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수선실 공간을 마련해줬다. 다양한 옷을 수선한 경험을 살려 장애인 의류 리폼 아이디어로 특허를 취득했고, 마포고용복지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여성창업아이디어경진대회’에서 대상도 받게 됐다. 이후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된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의복 리폼 가이드북’ 제작에 참여했는데 가이드북에 소개된 옷 모두 실제 우리 아이가 입었던 옷이다.

 

 

 

뇌병변 장애아동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만든 의류

‘베터베이직’으로 판매를 시작한 건 언제부터 인가?
작년 가을 옥션 스토어를 오픈했고, G마켓 미니샵은 준비 중이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준비할 것들이 많다.

보통 옷은 입는 당사자가 직접 고르고 사지 않나? 하지만 베터베이직 고객 대다수는 아이 보호자다. 육아 때문에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을 것 같아 곧 쇼핑몰에는 간편 결제가 가능한 스마일페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정된 고객층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기성복을 기준으로 보면 수요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영국, 호주 등 해외만 해도 장애인 의류 시장이 활성화 되어있어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사업 구상 초기엔 해외의 유니버설 의류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해외 직구’ 사업만 진행하는 것도 고려했었다.

그런데 서양인 체형을 기준으로 만든 옷이라 동양인에게 맞지 않을 뿐더러 소재나 부자재의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반드시 필요한 옷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시장성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우리나라 시장도 더욱 활성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누군가 장애인 의류 사업을 시작한다면 적극적으로 돕고 함께 하고 싶다.

베터베이직의 옷, 기성복과 어떤 점이 다른가?
결국 제품을 고르는 기준은 품질과, 전문성이지 않나. 장애인 전문 의류라는 스토리에 기대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베터베이직의 모든 옷은 장애인들의 신체특성은 물론 재활치료 등의 활동까지 고려해 디자인했고 피부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달 소재(사진1)를 사용했다.

탈부착이 간편한 바디 수트는 움직일 때 옷이 올라가거나 배기지 않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주 고객의 신체 특징을 반영해 길고 가는 형태다. 하의는 밑위를 길게 만들어 오래 앉아 있거나 기저귀를 차고 있어도 허리 뒷부분이 내려가지 않도록 해 물리 치료 시 속살이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우리 아이처럼 위루관(사진2)을 쓰는 아이들이 많아 관 통과 구멍 옵션을 추가했고, 여성의 경우 속옷 착용 불편함을 보완하고자 브라패드(사진3)를 장착했다.

▲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이 소개하는 베터베이직 의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외출복 보다는 실내용 의류가 많은데 조만간 외출복도 선보일 계획이다. 방수 제품 및 비장애인용 의류 상품화도 계획 중에 있다.

박주현 대표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나의 미션은 장애인을 위한 옷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발달장애 아동(초중고 재학)만 7만명이 넘는다. 장애의 종류는 각기 다르지만 이들을 위한 옷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나와 다르다는 점이 기피의 이유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옥션 케어플러스와 같은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하루 빨리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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