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클럽 북콘서트에서 『역사의 역사』 유시민 작가를 만나다 부제 : 유시민 작가와 떠나는 역사 패키지여행 ‘여름’하면 ‘휴가’, ‘휴가’하면 ‘여행’이 아니던가. 이 무더운 여름, 아직 여행을 가지 못한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바로… 당일치기로 떠나는 유시민 작가와의 역사 패키지여행!!! 원래 스마일클럽 회원만을 위한 북콘서트였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나누면 좋을 내용들이라 살짝 공개해보겠다. 『역사의 역사』 유시민 작가와 함께한 스마일클럽 북콘서트
37도를 육박하는 날씨를 뚫고 도착한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였지만, 유시민 작가와 역사 패키지여행을 떠나려는 많은 분들이 이미 줄을 서 계셨다. ㄷㄷㄷ 여… 여행은 역시 인증샷이지! 인증샷 찍고, 평소 유시민 작가에게 궁금했던 점을 포스트잇에 남겨도 보고, 자리에 착석하면… 여행 떠날 준비 완료! 여기서 궁금증 하나, 진짜 여행 맞음? 스아실… 보다시피 Real 당일치기 여행은 아니다. 북콘서트다. 하지만 여행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번 북콘서트에선 역사의 배경이 된 공간들과 ‘역사의 역사’ 책을 읽으며 그 공간을 어떻게 보면 좋을지에 대해 다뤘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가 안내하는 공간, 거기서 벌어진 여러 역사적 흔적에 대한 설명이 더해지면서 그 공간을 새롭게, 더 깊게 인식해 상상의 세계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증 둘, 어쩌다 스마일클럽회원만 모이게 되었나? 스아실… 이번 유시민 작가의 북콘서트는 『역사의 역사』 책 1권만 구매해도 북콘서트 티켓 2장을 받을 수 있는! 오직 스마일클럽 회원을 위한 단독 딜이었다.
참고로 스마일클럽은 이베이코리아의 프리미엄 멤버십 서비스로 아래와 같은 혜택이 있다. (쩌렁쩌렁) 이렇게 무궁무진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스마일클럽 회원들을 지성과 교양이 가득한 역사 속으로 이끌어 주실!!! 유시민 작가를 먼저 만나 책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베이코리아에서 독서 권장을 위해 제작한 99그램 『역사의 역사』에 직접 사인도 해주셨다!
(누가 덕계못이라 하였는가…. 계탔당!) 유시민 작가와 역사 속 공간으로의 여행 시작
아이마켓홀에 빼곡히 앉은 스마일클럽 회원들과 함께 역사속으로 여행이 시작됐다. “이 자리에 힘들게 오신 여러분, 감히 행운이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늘이 『역사의 역사』를 주제로 작가님이 출연하는 마지막 자리입니다.” 홀이 점점 어두워지고 아나운서의 소개에 이어 유시민 작가가 옅은 웃음을 띠며 등장했다. 유시민 작가(이하 유시민) : 우리에겐 특별한 공간이 있다. 로맨틱한 프로포즈의 공간, 어린 시절 추억의 공간 등, 누군가에게 어떤 공간이 특별하다는 것은 그 공간 자체보다는 우리가 그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렸다. 『역사의 역사』를 쓰며 저에게 특별했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 강연을 진행할 텐데, 그리스 아테네, 중국 만리장성, 이슬람 세계 중심인 카아바 신전, 러시아 모스크바 페테르스부르크, 마지막으로 멀리서 보는 지구, 이렇게 다섯 공간을 보며 제가 역사의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을 소개 드릴까 한다.
사실과 상상력의 공간 –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기록이 없고 목격자도 불확실하며 전해지는 정보마저 과장, 왜곡, 각색되었을 경우 역사가는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역사가는 때로 사료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 『역사의 역사』 45p ‘아테네’하면 서구 문명 발상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떠오를 것이다. 오늘은 아크로폴리스 공간만 보면 전혀 느낄 수 없는 어떤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보면 페리클레스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부인 아스파시아에 대한 기록은 남기지 않았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곳곳에 그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역사의 역사’에는 투키리데스에 대해 썼지만 아스파시아에 대해선 쓰지 못했다.) 그리스를 두 번 갔었다. 갈 때마다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알면 그곳이 더 특별히 느껴진다. BC 440년경, 그리스의 수석대신 페리클레스, 그 부인이 바로 아스파시아다. 16년간 도시국가 최고 지도자의 영부인으로 살았는데도 기록이 거의 없다. 당시 페리클레스를 존경하던 식자들은 이 여성을 싫어했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보면 아스파시아는 페리클레스를 꾀여 섬 정복 전쟁과 학살을 벌이게 한 악녀로 묘사하고 있다. 아스파시아는 당시 아테네 사람들, 고대 지식인들이 안 좋아할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현재 터키 영토인 밀레토스에서 17세 때 혈혈단신으로 온 외국인 난민이다. 그런데 최고 권력자인 페리클레스 부인이 되었다. 난민에, 여자, 아는 것이 많으니 당연히 싫어했던 것이다. 당시 아테네는 여자들이 낮에 거리를 다닐 수 없을 정도의 여자 혐오가 팽배한 사회였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조차 “생리하는 여자는 눈빛만으로도 병 옮긴다”란 말을 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 아스파시아가 대낮에 페리클레스와 버젓이 등장한 것이다. 그녀는 수사학 논리학 철학에 밝았고, 저녁 회합에서 철학자와 같이 어울렸다. 우주가 원소로 이뤄져 있다는 논리로 유명한 아낙사우러스과 특히 가까웠다. 이런 시대에 “여자도 덕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한 소크라테스와도 친했다. (당시 그의 제자 플라톤이 이 말을 듣고 ‘국가론’에 ‘그 여자가 누구일까’라고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소크라테스는 수사법을 아스파시아에게 배웠다는 얘기도 있다. 아테네 신전을 보면 다 여신들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그리스는 3분의 1은 노예, 3분의 1은 여자였지만, 나머지 남자들 중에서 뽑힌 사람이 리더가 되었던 사회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전에선 여신을 숭배하는데 말이다. 높은 학식과 지혜가 있었고 최고 지도자와 함께 공식 행사에 들어간 아스파시아는 어느 기록에도 남아 있지 않다. 사람들은 신전을 보며 페리클레스 이야기만 하지만, 아스파시아가 옆에 있는 페리클레스를 그려 보면, 같은 신전이라도 좀 다르게 보인다. 아스파시아가 연설을 써준 것을 페리클레스가 아고라에서 읽는 모습 등을 떠올리게 된다. 기록에 거의 안 남아 있지만 단편적으로 남은 기록으로 유추하더라도 아스파시아가 얼마나 뛰어난 여성일지 상상해 볼 수 있다. 혹시 아테네 가게 되면 페리클레스 행적 꼭 추적해 보시길 바란다. 역사의 코스모스 – 중국, 만리장성을 바라보며
“인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역사서를 한 권만 뽑는다면 『사기』가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되는 게 마땅하다” – 『역사의 역사』 76p 사마천은 『사기』 를 쓸 때 당대 자신에게 치욕적 형벌을 내렸던 한무제 역사를 모두 기록했다. 『사기』 는 개별의 사건을 별처럼 단편적으로 그렸던 기존의 역사서와는 달리, 일종의 ‘우주를 묘사한’ 뛰어난 역사서다. 어제(7월 23일) 세상을 떠난, 제가 좋아하는 벗을 생각하며 『사기』 에 실린 이야기 하나를 준비해 왔다. 북경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은 중국여행 필수 코스다. 우주선에서도 보일 정도라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권력이 만들어낸 공간을 눈여겨보는 경우가 많다. 유럽 가면 교회 성당 보물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사마천은 『사기』 중 「열전」에선 관광지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남겼다.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은 거의 대부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첫 편이 「백이열전」이다. 백이와 숙제는 왕자의 신분이었으나 왕이 하기 싫어 도망쳐 평범한 사람으로 숨어 살았다. 그들은 주나라 문왕이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으나, 문왕은 죽고 무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부친의 상중에 무왕이 전쟁길에 오르자 “아니, 아버지 장례도 덜 치렀는데 남의 나라 침략하는게 무슨 도리인가”라며 말고삐를 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때 강태공이 “의로운 사람이다”하며 놔 주었다. 이후 무왕이 은나라를 점령하고,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 백성이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뜯어먹다 나중엔 그마저도 안 먹고 굶어 죽었다. 백이숙제 이야기는 그들이 굶어 죽었다는 수양산에 조차도 흔적이 없다. 왜 이런 이야기를 맨 처음에 썼을까? 그 답은 「백이열전」의 마지막에 있다. “하늘의 도는 치우침이 없고 늘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는데 과연 그런가? 강도두목 도척은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살점을 육포로 떠 먹었을 정도로 악랄했으나 천수를 누렸다. 이게 하늘의 도라면 과연 옳은가 그른가?” 이 문장을 보면, 사마천의 당시 세상에 대한 고뇌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의 우리들이 확인할 곳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공간에서만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중국에 가면 보는 단골 여행지,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에는 백성의 피땀이 있었다. 예전에는 방어의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그 목적도 없다. 한편으론 참 우습다. 자본주의 총아 미국의 트럼프는 보호무역을 시전하고, 중국의 시진핑은 오히려 자유무역을 설파한다. 쇄국의 상징인 만리장성이라는 존재가 이 상황에서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한 시대에 무척 중요하다 여겨진 것이, 그 얼마나 금세 바뀌는가. 위세 과시하기 위해 만든 자금성이 관광지가 되어 버린 것처럼 말이다. 이게 하늘의 도라면 옳은가 그른가… 사마천이 했던 이 고민, 지금도 이 질문이 유효하지 않은가? 정말 못된 짓을 하고 사람을 많이 죽게 하고도 천수를 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많으면 많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 돈 때문에, 그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죽음으로 책임지는 사람도 있다. 만리장성 자금성을 보자. 이 공간이 만들어진 욕망을 생각해 보자. 허망하다. 화려한 황궁에도 감동을 느낄 수 없다. 만리장성에서 산업재해로 죽은 사람들을 생각한다. 사실, 만리장성은 아직 안 가봤다. 별로 가보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수양산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역사가와 종교의 속박 – 이슬람, 그 세계의 중심
“『역사서설』에 들어있는 종교적 찬양 문구는 이 걸출한 역사가가 얼마나 큰 두려움을 느끼면서 작업했는지 알려주는 증거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본다.” – 『역사의 역사』 85p 할둔의 『무깟디마』로 이슬람 공부를 새로 했다. 전혀 몰랐던 건 아니지만 내가 알던 것과 달랐다. 읽으며 우리에게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꼈다. 서문을 보면 “힘이 있고 강하신 알라께 감사합니다.”라며 길게 찬양하는데, 바로 다음 단락에 “역사학은 여러 민족과 종족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학문이라서…”라는 멀쩡한 문장이 나온다. 왜 이렇게 서로 상충되는 글을 써놨나. 신을 예찬하는 문장을 곳곳에 넣어야 작가가 의심을 받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스탄불 가면 필수 관광 코스가 있는데, 지금은 박물관이 된 성 소피아 성당과 그 근처에 있는사원 블루모스크다. (카아바 신전도 유명하지만 이슬람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은, 이스탄불의 필수 관광코스인 블루모스크다.) 이슬람 사원을 터키어로 자미(Camii)라고 하는데 이 자미에 딸린, 예배 시간 공지를 알리는 ‘미나레’라는 탑에 가면 장관이다.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어우~~!’하고 양쪽에서 크게 배틀 뜨듯 나오기 때문이다. 할둔(1332~1406)이 살던 시절에는 이슬람 세계만 있었다. 이슬람을 중심으로 하되 다양한 문화, 다양한 언어, 다양한 민족을 허용하는 제국이 생긴 것은 15세기였다. 15세기,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언어 허용하는 ‘다문화 다민족 전제군주국’인 오스만 제국을 건설한 메흐메트 2세는 중앙아시아로 이동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며 동로마(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키고 이스탄불을 오스만 제국 수도로 삼았다. 그는 당시 약탈할 권리를 3일간 받은 투르크 전사들이 왕궁과 성 소피아 성당을 약탈하려 하자 달려가 약탈을 막고, 성당 벽에 회칠로 성화를 가려 이슬람식으로 바꿨다. 그리고 그 옆에 블루모스크를 지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 딱 하나의 도시를 인류의 수도로 정한다면 단연 이스탄불이었다. 오스만 제국이 그 요건을 갖췄었다. 다양한 언어와 종교 관습을 받아 줬는데, 그렇게 해야만 제국의 확장과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스만 제국에서는 이슬람교가 기본이지만 다른 종교도 다 받아 줬고, 그렇게 대제국을 건설하게 됐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은 1차대전 때 독일 편에 가담했다 독일이 패전하며 무너졌고, 그 자리엔 터키가 세워졌다. 지금 이스탄불은 터키화가 많이 진행되어 옛날의 이스탄불이 아니다. 옛날의 이스탄불이 다민족, 다종교, 다언어, 다문화 제국의 수도였다면, 지금은 투르크족, 터키공화국의 영토에 불과하다. 문화적으로 작은 터키공화국에 이스탄불을 욱여넣은 셈이다. 이슬람 문화가 다양성 덕분에 번성한 것인데, 이제는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게 됐다. 이슬람 종교 비방이라 생각하지 말아 달라. 사실 이슬람과 기독교는 교리가 서로 비슷하나 기독교는 교정(敎政) 분리가 이뤄진 반면, 이슬람은 아직도 종교와 도덕, 국가권력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 이런 역사 배경을 알고 이스탄불 갔을 때 마음이 아팠다. 코란 윤리를 경직적으로 적용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여자는 코란에서 낙타나 말도 타지 못하게 했는데, 그걸 현세에 그대로 적용하니까 여성에게 자동차 운전도 불허한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 운전을 허용해 화제가 됐다) 이런 역사 배경을 알고 이슬람 공간을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무려 1,400년 전 나타난 종교지도자이자 정치지도자가 지금까지 수억 인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정신적, 세속적 모든 생활이 코란, 하디스, 이스마, 끼야쓰로 이어지는 이슬람의 상세한 율법 체계를 따르게 된 것이고… 사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종교 안 가질 자유’가 귀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공산주의 혁명과 역사의 종말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변화의 동력을 잃으면 사회는 영원히 같은 상태가 지속되는 ‘천년 왕국이 된다.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역사의 마지막 사건을 통해 인류의 역사는 공산주의 사회라는 최종 단계에 들어가고 역사는 종말을 맞는 것이다.” – 『역사의 역사』 162p 책에서 마르크스주의를 한 챕터에 걸쳐 다뤘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인공 늪지에 건설한 곳으로 사회주의 혁명 진원지다. 언젠가는 가보려 한다. 이 도시를 보면 러시아 빈민가를 소재로 한 『죄와 벌』과 볼셰비키 혁명사 속 레닌이 떠오른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원인은 마르크스 사상이다. 아시다시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혁명 이론의 핵심은 이렇다. “자본주의의 붕괴는 필연적이며, 이렇게 되면 인류를 구원할 것이니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이라면 혁명으로 빨리 이뤄내자.” 그리고 시민을 부추겨 폭력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실제로 옛 소련 국기에 그려진 낫과 망치는 각각 혁명의 주체인 시민, 즉 노동자와 농민을 상징한다.) 이 시기 러시아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도 많이 나왔다. 미하일 숄로프의 『고요한 돈강』은 사회주의 걸작이라 해서 띄워줬던 책이지만 읽어보면 도저히 왜 걸작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닥터 지바고』는 매우 걸출한 소설인데 공산주의 비판을 담았다. 이런 소설들을 생각하며 러시아의 공간을 보면… 마르크스가 인간을 너무 단순히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물질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마르크스가 말한 계급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인간을 묶어둘 수 없다. 인간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다. 모스크바나 페테르부르크의 공간을 보면, 역사의 시간 안에서 인간은 무엇을 바꿨고 무엇을 바꾸지 못했나를 생각하게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말고도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1825년, 실패한 혁명이지만 러시아 전제군주를 몰아내고 신분제를 폐지하기 위해 모의하던 젊은 장교들의 집이 남아 있는 이르쿠츠크란 도시가 있다. 이 공간이 내게는 더 다정하게 다가온다. 가보고 싶다. 우주,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 – 지구
“역사의 역사는 내게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를 알면 시간이 지배하는 망각의 왕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그라질 온갖 덧없는 것들에 예전보다 덜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 – 『역사의 역사』 320p 마지막 장 우주에서 지구 사진을 찍으면 창백한 푸른 점이다. 지구를 더 멀리서 보면 티끌보다도 작다. 사실 우주는 역사의 공간은 아니었다. 그런데 빅뱅이론이 등장하면서 우주의 역사를 설명하게 되었고 지구는 역사 공간으로 변모하게 됐다. 모 대학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 하지 않는다. 우리가 과연 진리를 알고 있나? 모른다. 끝까지 모를 수도 있다. 과학을 통해 우리가 사실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진리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투쟁이 시작되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앎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의사인 히포크라테스가 “생리하는 여성은 눈빛만으로 병 옮긴다”고 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제대로 알게 되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가. 앎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관용이 우릴 평화롭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별볼일 없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서로 미워하고 죽이지만, 우주 공간을 보면 별 의미가 없다.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거다. 예전에는 선악과 미추(美醜) 사이 경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과거에 생각한 것처럼 명확히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차이에 대해 너그러워지게 된다. 역사 공부를 하고 이 책을 쓰며 마지막 느꼈던 감정은 이것이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 자기의 색깔 따라 살아라. 꼭 위대한 일을 할 필요도 없고, 교조에 매이지 말고, 외부 강제에 구속당하지 말고, 자기 맘의 소리에 따라, 짧게 허용된 지금의 삶을 의미 있게 살아라.
어쩌면 내게 들려온 환청일지도 모르지만, 역사 공부를 하며 느꼈다. 1시간 동안 이런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한 시간이 이렇게 짧았었나…(아쉽…) 수천년의 시간과 세계곳곳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짧은 강연이 끝나고 유시민 작가와의 토크콘서트가 이어졌다. 아나운서 : 작가님 강연을 들으니, 여행을 할 때 이런 가이드를 모시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현재 『역사의 역사』가 베스트셀러 1위인데 느낌이 어떠신가? 유시민 : 좀 생뚱맞다. 아나운서 : 인기 비결이 있다면? 유시민 : 모르겠다. 허허 역사의 공간으로부터 현실로 되돌아오기 위한 가벼운 질답과 함께… 지식 셀럽인 ‘사람 유시민’을 만나 묻고 싶었던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토크콘서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나운서 : 개인의 역사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은 언제였나? 유시민 : 예전 정치할 때는 공식 답변이 있었다. 아내와 결혼할 때라고.(웃음) 이제는, 지금 그리고 요새인 것 같다. 인생에는 국면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지금 나는 글 쓰는 일로 온전히 돌아와서 살고 있으니까. 지금이 빛나는 시기인 듯하다. 아나운서 : ‘꼰대’가 아닌, 좋은 어른 되는 법? 유시민 : 나이 먹었다고 고민이 없는 게 아니다. 모두 자기 고민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데도 다른 사람 고민에 귀 기울이고, 크게 애쓰지 않아도 손 내밀고 존중해줄 수 있는, 그게 좋은 어른 아닐까 싶다. 남의 고민까지 안고 가면 힘들지는 몰라도, 사실 어른이라면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 : 30대 직장여성이 질문해 주셨다. ‘일과 사람에 치이다 보니 인생무상 느끼는데, 선생님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실 건가요?’ 유시민 : 잘 모르지만 제가 요즘 쓰는 방법인데, ‘하루를 잘 보내 보는’ 것이다. 눈 떴을 때, 하루를 잘 지내야지… 결심하고 하루를 지낸다. 별것은 없다. 작업실에서 작업하고, 독서하고 귀가한다. 뒤돌아보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하루가 쌓여서 1년과 인생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루 하루를 걷듯이 살아가라. 꾸역꾸역 살다 보면 넘어간다. 그리고 나에게 잘하자. 남한테 잘해주는 것도 좋지만,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하고 배려해야 한다. 아나운서 : 작가님만의 ‘나 챙기는 법’? 유시민 : 나한테 맛난 거 사주고, 졸리면 책상에 발 올리고 잠도 자게 해주고 그런다. 너무 애쓰지 않고, 지나치게 나를 닦달하지 않는다. 아나운서: 작가로서 ‘이 주제에 대해 꼭 쓰고 싶다.’하는 분야가 있는지? 유시민 :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는 건데, 여행작가 되고 싶다. 내년엔 유럽 기행 책을 내려고 한다. 아나운서: 정치인이 장래 희망이란 분이다. 올바른 정치인 하려면 어떻게 뭘 준비하면 될는지? 유시민 : 정치를 잘 못한 나한테…번짓수 잘못 찾은듯? (웃음) 정치는 답이 있는 건 아닌데, 양면성이 있다. 제가 쓴 다른 책에 나온 말인데, 정치는 “때로 짐승이 되는 비천함을 감수하며 야수의 탐욕과 싸우기 위해 성인의 고귀함을 추구”하는 일이다. 정치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 편으로는 아이디어 경쟁이지만, 다른 한 편은 무자비한 투쟁이다. 전자의 의미만 보고 뛰어들어 왔다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오로지 권력투쟁 위해 정치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직업으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자녀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다. 정 하겠다면 몰라도… 정치를 하면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며 충만함 느끼는 분들은 정치가 잘 맞을 수 있다. 반면 나는 그러면 인생이 소모되는 느낌이 있다. 이 때는 사람을 만난 후 웃고 뒤돌아서도 허무했었다. 나는 어쩌다 정치를 하게 되었던 케이스지만, 입문하시는 분이 제 스타일이라면 말리겠지만 사람 따라 다르긴 하다. 정치를 하시려면 사마천의 <사마 열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아나운서 : 초등학교 5학년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뭘 깨달었으면 좋겠는가? 유시민 : 깨닫는 게 그렇게 쉬운 것이었음 모두 깨달은 사람이 되게? 아무 것도 못 깨달을 거다. (일동 폭소) 그게 쉽지가 않다. 사실, 재미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나운서 : 사실 이 책이… 재미가 있지는 않지 않나? 공부하는 맘으로 읽었다. (웃음) 유시민 : 이 책이 좋은 이유 말씀드리겠다. 저녁에 졸릴 때 보면 졸음을 가속화할 수 있다. 두 권 사면 베고 자기도 좋다. (일동 폭소) 아나운서 : 책에 대해 몇 가지 질문 드리겠다. 이 책은 어떤 계기로 쓰게 되셨나? 언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 궁금하다. 유시민 : 아버지가 역사 선생님이라 평소에 역사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 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줘서 ‘이야기 대장’ 이라 불렸다.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애들이 지루해 하면 ‘너 나와서 이야기해봐’라며 역사 이야기를 하라고 시키셨다. 책 쓴 계기는… 음… 전세금 올려야 하는데 이 책은 선인세 준다 해서 쓰게 됐다. (일동 폭소) 아나운서 : 그런데 쓴다고 말씀하시고 오래 걸려서 출판사로부터 도망 다니셨다고 들었다. 유시민 : 그렇다. 쓰는데 2년 정도 걸렸다. 그런데, 사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 빚 갚는다고 책 쓰기도 하고, 다른 작가는 젊은 아내 사치 뒷받침하느라 책 썼다고 하는데 전세금 정도는 건전하지 않나? (일동 폭소) 아나운서 : 책에 보면 제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유 작가님은 제국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나? 유시민 : 제국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제국’주의’는 나쁠 수 있으나 제국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이런 케이스가 많다. 민족은 안 나쁘지만 민족’주의’는? 사회와 사회’주의’는? ‘~ism’이 붙으면 극단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으니까. 근데 사실 제국이란, 광대한 토지를 아우르는 다민족 다문화 다공동체의 공간이다. 성공한 제국은 그랬다. 조선시대 때도 인조가 광해군 내쫓고 왕 될 대 2년 반이나 기다리지 않았나, 중국의 허락을 받는다고… 그건 굴욕스럽기도 했으나 사실 침략당하는 것을 면하는 길이었다. 당시 우리는 중국 변두리에 있었던 게 사실이니까. 호모 사피엔스는 상당부분 제국질서 하에서 살았다. 이제는, ‘지구제국’이 안 만들어지면… 인류 멸망할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재해가 많다. 온실가스는 지구 여기저기에서 발생하는데 그 영향은 지구 전체로 미친다. 이런 상황에선 글로벌 정부가 있어야 하지 않나? 국민국가 시대에 과학혁명이 있었고, 그 결과 만들어낸 오염물질들이 전 지구에 영향을 끼친다. 지구 전체 차원에서 규율하는 정부가 없다면? 인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구제국’의 출현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아나운서 : 오늘이 마지막 책 행사라고 하셨지만, 어제(7월 23일) 절친한 친구분이 돌아가셔서… 과연 행사 자체를 하실 수 있을는지 걱정했었다. 유시민 : 오늘 행사 준비하느라 오늘은 빈소에 못 갔다. (장례를 마치는) 금요일까지는 빈소에 있으려 한다. 인간에게는 도덕적 원칙이라는 게 있다. 수치를 느끼는 수오지심도 있다. 자기 잘못을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의 최대한의 방식으로 책임지려는 태도다. 사실 그런 마음이 있으니 남에게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 진화과정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이런 본능을 잘 활용한다면? 지구제국을 만들어 지구적 문제는 지구정부가 해결하고 그렇지 않은 건 각각의 지역에서 해결하면 전쟁은 없지 않을까? 안전하게 사는 길이기도 하고. 기원전 5세기 그리스를 보자. 당시 그리스는 더 큰 국가를 만들 수 있었지만 자기들끼리 싸워서 망했다. 그런 비극이 되풀이됨을 역사가 알려준다. 인류가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미래를 더 낫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유시민 작가는 예정된 30여분 간의 시간이 끝난 뒤에도 약 20분간 몇 개의 추가 질문에 더 대답을 하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내 책을 말한다기보다, 그냥 책이라는 게 참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떤 책이든 1만5천원 남짓이면 사고, 책 한 권이면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된다.
텍스트가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오감을 동원해 상상해야 한다. 눈으로 읽으며 상상해야 하는 텍스트 미디어가 좋다. 여러분도 무슨 책이든 친구로 삼아 올 여름 더위를 잊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자에게 스스로에게 잘 해주시기를 바란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아쉬운 걸음으로 퇴장하던 관객 두 팀과 오늘 북콘서트에 대한 짧은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Q: 어떻게 이 강연을 알게 됐나. A: 원래 엄마가 스마일클럽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런 딜이 있으니 한번 가보지 않겠냐 권하셔서 오게 되었다. 엄마가 항상 G마켓 스마일클럽으로 구매를 많이 하신다. 할인이 많이 되어 좋다고 하시는데 이런 특별한 딜까지 있어서 더 좋다. 다음에도 이런 특별한 딜들이 많이 있었으면 한다. Q: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은? A: (동생)터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소 여성 히잡 문제나 샤리아법 등 이슬람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오늘 터키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은 관점을 얻은 것 같다. (언니)중국, 만리장성, 자금성이 예전에는 가치있는 권력의 공간이었으나, 현재는 하나의 관광지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 어떤 가치가 있든, 그것이 변할 수 있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인상 깊었다. Q: 어디서, 어떻게 오셨나? A: 마닐라에서 왔다. (네..? 마…마닐라요…?) 책은 마닐라에서 구매를 했고, 내일 모레 마닐라로 가는 짧은 일정 내, 이 북콘서트가 포함되어 있다. Q: 멀리서 오셨는데 어떻게 이 강연을 알게 됐나. A: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사연이 좀 복잡한데 (웃음) 한국에 있는 동생이 스마일클럽을 가입하고 구매 기회를 얻었다. 마닐라에서의 쇼핑도 한국과 같다. 요즘은 배대지 없이 바로 배송도 되기도 하고, 한국의 가족들이 받아도 놓기 때문에 G마켓과 옥션을 더 많이 이용할 듯하다. Q: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은? A: 역사는 공부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겼었는데, 오늘 강연을 들으니 역사는 정답이 있는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느끼게 됐다. 만리장성을 봤을 때 그에 대한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 거기서 내가 가진 역사에 대한 관점은 무엇이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좀 더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마일클럽 회원들을 위한 이런 멋진 기회가 많이 생기길 바라며, 이날 유시민 작가님이 소개한 『역사의 역사』 책을 휴가 시즌에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99그램 에디션’을 소개한다. 99그램 에디션은 ‘2018 책의 해’를 맞아 이베이코리아에서 진행하는 독서 장려 캠페인 일환이다. 책 한권을 99g으로 핸드폰보다 가볍게 만들어 휴대하기 좋게 만든 특별판이다. 『역사의 역사』는 99그램 에디션 중 7번째 에디션이다. 이 99g 책으로 무더운 올 여름,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떠한가. ▶ 99그램 에디션 바로가기
– 실제로는 존대말로 강연과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ㅇㅂㅇ 톤앤매너 유지를 위해 평어체로 변경하였습니다. – 인터뷰 내용에 대한 수정과 얼굴 포토샵 등의 수정 요구는 받지 않습니다. 모든 편집권과 초상권은 #ㅇㅂㅇ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본 게시물에 포함된 정보는 작성자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본 게시물에 포함된 정보는 작성 당시 기준으로 작성되어, 현재의 상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